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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82

삶이라는 신비 “땅이 있는 한,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아니할 것이다”(창세기 8:22).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들에게 편지를 쓰는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사실 사별의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자칫하면 아물어 가고 있던 상처를 후벼파거나, 슬픔의 기억을 소환하는 일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편지를 올리는 것은 뭔가를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슬픔에 공감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삶은 다양한 만남의 점철입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의 태도와 지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계’라는 단어는 ‘빗장’이라는 뜻의 ‘관關’과 ‘잇다’라는 뜻의 ‘계係’가 결합된 것입니다. 누군가.. 2021. 3. 8.
호박꽃 호박꽃이 불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거름더미 담벼락 논둑 빈터 어디다 심어도 여기가 내 땅 뿌리를 내리고 쑥쑥 순을 뻗어 꽃을 피울 뿐이다. 조심스러울 것도 없는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부르고, 누가 어떻게 먹어도 탈이 없을 미끈한 호박을 맺을 뿐, 왜 내가 여기 있냐고, 하필 이름이 호박꽃이 뭐냐고, 호박은 자기를 불평하는 법이 없다. 호박꽃! - (1995년) 2021.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