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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13

첫 돌 돌아보니 까마득하다. 같은 한해가 같은 길이로 갔지만 지난 1년은 유독 길기도 하고 순간순간 선연하기도 하다. 3월 25일은 단강교회가 세워진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무모하게도 창립예배 드리던 날 어딘지도 모르는 것에 첫 발을 디딘 이곳 단강. 감리사님 차를 타고 단강으로 향하여 어딘가 땅 끝으로 가고 있지 싶었던 생각. 굽이굽이 먼 길을 돌때마다 거기 나타난 작은 마을들, 여길까 싶으면 또다시 들판 하나를 돌고. 그러기를 몇 차례, 막상 도착한 마을은 떠나며 가졌던 나름대로의 생각이 그래도 쉬운 것이었음을 한눈에 말해주고 있었다. 어딘들 어떠랴 했던 마음속 막연한 낭만기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생존의 현장이구나’ 아마 그런 감정이었을 것이다. 춘설이 섞인 찬바람이 어지러이 몰아쳤던 그날, 예배실로.. 2021. 6. 11.
하느님! 아무려면 제가 이런 짓을 했으리이까? 시편 7편 3절 야훼, 나의 하느님! 아무려면 제가 이런 짓을 했으리이까?(《공동번역》) 容我一申辯(용아일신변) 주님 저 자신을 변호하도록 허락하소서〔주님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십시오〕 (《시편사색》, 오경웅) 어려움에 처했을 때 겪는 이유만 알아도 그 고통이 반감되는 걸 경험합니다. 왜 지금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를 알면 비록 그것이 합리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조금은 견딜 힘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기꺼이는 아니더라도 피하지 않고 마음을 가다듬어 쉬 꺽이지 않을 결심을 다지기도 하지요. 만약 어려움이 자신의 허물로 인한 것이라면 책임지는 자세를 통해 도리어 자신의 그릇을 더 넓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맹자(孟子)의 언명이 오래도록 고난을 겪는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주었겠지요. “하늘이 장차 큰일을 어떤.. 2021. 6. 11.
사랑은 느림에 의지한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결정은 주님께서 하신다. 사람의 행위는 자기 눈에는 모두 깨끗하게 보이나, 주님께서는 속마음을 꿰뚫어보신다. 네가 하는 일을 주님께 맡기면, 계획하는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잠 16:1-3) 주님의 은총과 평강이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6월에 접어들면서 낮 기온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퇴근 무렵에도 낮 동안 달구어진 지열 때문인지 무척 덥습니다. 재킷을 벗어 들고 걷는 데도 땀이 흠뻑 뱁니다. 농부들은 보리 수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모내기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땅을 가까이 하고 사시는 분들의 노동이 때로는 거룩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농부들이 일확천금을 노리지 않기 때문일까요? 심는 대로 거둔다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여 사는 이들이 부럽습니다. 심.. 2021.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