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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22

자족적 관조의 삶 존경하는 페친 최창남 목사님이 내신 책 (꽃자리)를 단숨에 읽었다. 술술 잘 읽힌다. 아포리즘처럼 읽히고 수필처럼 읽히고, 또 거친 역사의 시간을 헤쳐온 한 인간의 자성적 고백처럼도 읽힌다. 최 목사님은 군부독재, 졸속근대화 시기의 거친 세월을 노동운동, 빈민운동, 문화운동과 같은 운동권에서 살아오시면서 많은 고난과 상처를 온 몸으로 겪어내셨다. 그러다가 연세 70이 가까운 시점에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 집을 만들어 그 가운데 유유자적하며 은자처럼 사신다. 많은 시간 주변의 자연물을 관조하고 지난 삶을 성찰하면서, 또 떠돌이 고양이들 친구 삼아 밥 주면서 세상만사에 초연한 듯, 자족적으로 안돈하며 사신다. 이 책의 글들은 어찌 보면 고대 스토아 사상가들이 추구한 '초연한 무관심'(adiaphora)의 자세.. 2021. 6. 12.
조용한 마을 단강, 참 조용한 마을입니다. 아침 일찍 어른들이 일터로 나가면 쟁기 메고 소 몰고 일터로 나가면 서너 명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고 어슬렁어슬렁 짖지 않는 개들이 빈 집을 지키는 조용한 마을입니다. 지나는 경운기 소리가 가끔씩 들리고 방아 찔 때 들리는 방앗간 기계소리 들리는 건 그런 소리뿐입니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 시끄러운 마을이 되고 말았습니다. 팀스피리트 훈련이 시작되어 군용 지프차가 지나기도 하고 덩치 큰 트럭과 탱크와 장갑차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아이들이야 구경거리 생겨 신기하고 좋지만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닙니다. 휙휙 달리며 피워대는 먼지야 그렇다 해도 농사지을 밭에 들어가 푹푹한 흙을 딱딱하게 만드는 건 딱 질색입니다. 또 한 가지 나쁜 건 잠든 우리 아기 깨우는 겁니다. 꼬리에 꼬리 물.. 2021.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