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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톺아보기35

영혼은 날고 싶다 김기석의 톺아보기(9) 영혼은 날고 싶다 -파커 J. 파머의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온전함은 완전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짐을 삶의 불가피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온전함의 의미를 깨닫게 된 후 나는 우리가 참화를 새로운 생명의 온상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인간의—나의, 당신의, 우리의—온전성이 헛된 꿈은 아니라는 희망을 간직하게 되었다.” (파커 J. 파머) “무대 위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하는 동안 내 참자아는 내 안의 가장 깊은 가치와 믿음, 그 부서지기 쉬운 희망과 열망을 세상이 부숴버릴까 두려워 무대 뒤에 숨어 있었다.”(파커 J. 파머) 분리된 삶 구름이 짙게 드리운 도시의 뒷골목을 걷노라면 영화 의 주인공인 꽁스땅스의 씩씩한 걸음걸이가 떠오를 때가 있다. 내면의 .. 2015. 7. 23.
이카로스를 그리며 김기석의 톺아보기(8) 이카로스를 그리며 석양에 비낀 해가 유난히 쓸쓸하게 다가오는 것은 올해도 역시 엄벙덤벙 설미지근하게 살아왔다는 자책 때문일 것이다. 누군들 알차게 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시간 여행자인 우리는 마치 버릇인양 현재를 누리지 못한다. 세상은 요란한데, 마음은 고적하기만 하다. 16세기의 벨기에 화가인 브뤼겔의 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화가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티프 삼아서 삶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이해를 화폭에 담고 있다. 미노스 왕의 미궁을 탈출하기 위해 밀랍으로 이어붙인 날개를 달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던 이카로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충고를 무시하고 태양에 다가갔다가 밀랍이 녹아내리는 바람에 그만 바다로 추락하고 만 인물이다. 어쩌면 신화는 신의 세계를 넘보.. 2015. 7. 16.
한 걸음 속에 인생이 있다 김기석의 톺아보기(7) 한 걸음 속에 인생이 있다 삶이 암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흐르는 모래 속에 빠져드는 것 같은 아득한 무력감, 마치 절벽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아스라한 공포가 밀려오면 세상은 아연 잿빛으로 변한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호기롭게 지내던 시절은 가뭇없이 스러지고 늪과 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그 계기는 다양하다. 예기치 않은 질병이나 사고, 이별의 쓰라림이나 실패가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전혀 계기가 없는 경우도 있다,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게오르그 잠자처럼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벌레로 변한 자기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늪과 같은 시간을 거쳐 온 한 젊은이의 고백을 들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그는 밤마다 찾아.. 2015. 7. 8.
마음에 핀 꽃 김기석의 톺아보기(6) 마음에 핀 꽃 삶의 특색은 ‘마주함’에 있다. 마주함의 양상을 일러 관계라 한다. 인간관계의 아름다움은 배려에 있다. 배려는 마주 선 이를 위해 마음을 쓰는 것, 곧 제멋대로 하지 않음이다.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은 평화롭다. 반면 매사에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은 불화를 일으킨다. 세월이 가도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이들이 많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영혼이 미성숙한 이들이다. 세월이 가도 자아의 한계에 갇혀 이웃을 향해 한 걸음도 내닫지 않는 이들을 보며 ‘원판 불변의 법칙’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사람의 본바탕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웃자고 하는 말이겠지만 씁쓸하다. 막무가내로 자기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 앞뒤 가리지 않고 뼛성을 내서 주변 사람들.. 2015. 6. 25.
아뜩함과 무력감을 넘어 김기석의 톺아보기(4) 아뜩함과 무력감을 넘어 신문을 보아도 뉴스를 들어도 어제의 세상과 오늘의 세상이 별반 다르지 않다. 메르스 여파로 인한 파장으로 온 나라가 흔들려도 정부는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고 정치인들은 서로 깎아내리고 흠집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정부패는 다반사가 되었다. 남북한의 긴장과 대립은 해소될 줄 모르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억지 부리는 강대국들의 횡포도 변함이 없다. 남을 모욕하고 부정함을 통해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평화를 거스르는 일이며, 반생명적인 폭거이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갈 수 있는 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에 대한 이 나라 정부의 대처는 또한 어떠한가. 이런 일들을 하도 많이 겪다 보니 무슨 소식을 .. 2015. 6. 5.
착한 노래가 듣고 싶다 김기석의 톺아보기(3) 착한 노래가 듣고 싶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꽃 저꽃 저꽃 이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재미솔솔 이야기나라’ 수업이 진행되는 방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들의 낭랑한 노랫소리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풀꽃에까지 눈길을 주고, 기어이 예쁘다고 칭찬까지 하는 그 마음이 다사롭다. 반복되는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은 ‘이꽃 저꽃 저꽃 이꽃’ 하는 대목에 이를 때마다 곁에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았으리라. 참 좋다. 착한 노래가 착한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 이 시대의 가객 홍순관이 불렀던 노래도 귀에 쟁쟁하게 울려왔다. “왜 국에다 밥 말았어 싫단 말이야 싫단 말이야 이제부터 나한테 물어보고 국에 말아줘 꼭 그래야 돼.” 7살짜리 꼬마의 항변.. 2015. 5. 22.
쉼, 평화의 시작 김기석의 톺아보기(2) 쉼, 평화의 시작 활동보다는 존재가 먼저 “편안해 보이시네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니까 잘 적응이 안 되는데요. 늘 뭔가에 쫓기듯 살아왔는데 이렇게 지내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손에서 할 일을 내려놓으니까 불안하지요?” “불안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낯설어요. 마룻바닥에 엎드려 책도 보고, 멍하니 천장도 올려다보고, 졸리면 낮잠도 자고….” “수양회를 준비하는 분들이 ‘주제를 뭘로 할까요?’하고 묻길래, ‘쉼, 평화의 시작’이라고 말하니까 좀 당황스러워하더군요. 수양회를 잘 하려면 뭔가 이벤트를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는데, 담임목사라는 이가 이번 수양회는 교인들을 좀 심심하게 내버려두라고 하니까 고개를 갸웃거려요. 하지만 사람은 심심함에 처할 줄도.. 2015. 5. 13.
참으로 인간이고자 김기석의 톺아보기(1) 참으로 인간이고자 - 지금 여기 정의로운 생명 평화 - 오늘의 세상 “참 고운 얼굴이 없어?/하나도 없단 말이냐?/그 얼굴만 보면 세상을 잊고,/그 얼굴만 보면 나를 잊고,/시간이 오는지 가는지 모르고,/밥을 먹었는지 아니 먹었는지 모르는 얼굴,/그 얼굴만 대하면 키가 하늘에 닿는 듯하고,/그 얼굴만 대하면 가슴이 큰 바다 같애,/남을 위해 주고 싶은 맘 파도처럼 일어나고,/가슴이 그저 시원한,/그저 마주앉아 바라만 보고 싶은,/참 아름다운 얼굴은 없단 말이냐?/저 많은 얼굴들 저리 많은데,/왜 그리 다 미울까, 다 더럽기만 할까!”(함석헌, 중) 무정한 세월은 변함없건만 인간사는 어지럽기 이를 데 없다. 인간뿐인가. 인간이 지구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후 만물이 다 신음하고 있다.. 2015.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