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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영의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45

전도서에서 말하는 노동은?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6) 전도서에서 말하는 노동은? 종교인의 세금납부 의무를 2년 유예시키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 발의를 주도한 국회의원들이 모두 기독교인으로 알려졌다. 종교인의 세금납부 정당성과 찬반문제를 논하기 전에 교회 공동체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수고하는 이른바 ‘목회’ 혹은 ‘교회사역’이 노동의 영역인가를 정의하는 제도권 교회의 내부적인 합의가 우선되어야겠다. ‘목회’가 ‘노동’으로 간주되면 그 대가로 발생한 소득 때문에 목회자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납부의 의무를 이행해야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몸을 움직여 일하여 필요한 물자를 얻는 육체적 혹은 정신적인 노력과 수고를 총칭하는 말이다. 그러면 목회자의 목회활동은 노동의 영역인가? 기독교의 삶의 표준인 정경.. 2017. 8. 19.
가혹한 현실과 믿음 사이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5) 가혹한 현실과 믿음 사이 “재판하는 곳에 악이 있고, 공의가 있어야 할 곳에 악이 있다”(전도서 3:16, 새번역). 공의와 정의 실행으로 억울함이 없어야할 법정에서 조차 악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발설한 코헬렛(전도자)의 이 말, 통탄할 일이다. 만연된 불의를 짚어낸 말에서 비판적 지식인의 면모가 보인다. 지식인이라면 모름지기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관찰하고 수집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해하고 통찰해보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코헬렛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고 정직하게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가 예언자들처럼 시대의 악을 고발하도록 하나님의 특별하고도 직접적인 부르심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간결한 말의 세계를 음미하다보면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인.. 2017. 8. 5.
경쟁이 아닌 협력과 공생을 위하여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4) 경쟁이 아닌 협력과 공생을 위하여 어떤 향기도 열정도 재미도 없는 건조한 글을 꼽으라면 교과서다. 이것은 학교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고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며 가끔씩 무료하면 아무거나 읽던 중고등학교 시절 느꼈던 나의 생각이다. 그런 내가 마흔을 훌쩍 넘긴 세월을 지내며 십대 청소년기의 아들에게 “학교공부도 잘 해야지”라고 말하는 학부모가 되어있다. 그렇게 나는 세월과 함께 평범한 학부모의 대열에 서있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공부가 시민적 교양과 덕성을 목표하는 교육이 아니다. 경쟁에서 이긴 소수의 사람들에게 우월성을 부여하는 시대의 폭력성과 연계된 상태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야지 다짐했지만,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는 기독교인이고 성경을.. 2017. 7. 11.
아름다움과 부조리가 공존하는 세상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3) 아름다움과 부조리가 공존하는 세상 인생은 아름다운가? 아름답다. 인생은 덧없는가? 덧없다. 허무하다. 부조리하다. 저마다의 인생은 역설과 모순투성이로 가득 차 있다. 누군가의 인생도 세상사도 온통 아름다움과 부조리로 뒤엉켜있다. 그러하여 격한 희망에 감격하다가도 삶의 낙관은 여지없이 무너지곤 한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인가. 고대 이스라엘의 지혜 선생이며 전도서의 저자 코헬렛은 이미 간파했으니, 그는 세상사의 양극적인 현실과 역설에 큰 관심을 가졌다. 이것은 그가 그토록 집요하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헤벨’(헛됨, 무익함, 덧없음, 허무, 부조리)과 생의 ‘즐거움’을 말한 이유다. 전도서는 ‘헤벨’의 책이지만, 동시에 삶의 즐거움을 촉구하는 “기쁨의 복음서”다. 저자 .. 2017. 6. 27.
지혜는 생명나무라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2) 지혜는 생명나무라 구약의 지혜는?지혜란 무엇인가? 인생의 방향을 잡는 기술인가, 아니면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가를 아는 지식인가. 구약에서 지혜는 전문적이고 숙련된 기술이나 예술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지만(출애굽기 36:1-2), 능숙한 기술보다는 앎과 태도에 강조점이 있다. 구약신학에 큰 보폭을 남긴 폰 라트(G. von Rad)는 “지혜는 사물의 근저에 하나님의 질서, 즉 조용하고 거의 느낄 수 없지만 균형을 이루게 하는 질서가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자연과 세계 질서, 그리고 인간의 삶에 깃든 창조주 하나님을 표현한 멋진 정의다. 이것에 더해 구약 지혜서의 독특한 지혜개념은 기술이나 지식의 중성적 가치보다는 도덕화되고 신학화되었다. 왜냐하면 지혜와 .. 2017. 6. 19.
전도서의 저자 전도자는 여성일지도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1) 전도서의 저자 전도자는 여성일지도 구약의 지혜서를 말해야하는 이유 나는 신학을 전공학문으로 결정하고 공부하고 가르쳐왔지만, 잘한 일인지 수없이 돌이켜봤다. 나는 신학하기의 영토에서 외부자이며, 방관자적인 처지에 있음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신학을 공부할수록 신학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신학이 자칫 관념적이고 논리적인 놀이로 그쳐버려 너절한 삶에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없겠다, 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을 때, 구약 지혜서 연구는 세상의 갈등과 모순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신학적인 의심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전도서는 진리와 현실 사이의 긴장된 괴리감을 좁혀 갈 수 있었던 짧지만 가장 심오한 책이요 지혜의 말씀이다. 무엇보다 전.. 2017. 6. 2.
“왜 그 여자와 이야기하십니까?”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30) “왜 그 여자와 이야기하십니까?” 믿음은 무엇인가? 누군가를 또는 누군가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고 받드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믿음은 신비지만 생각과 질문이 없으면 맹신과 미신에 빠진다. 질문이 제거된 신앙은 맹신에 빠지기 쉽다. 질문은 사유의 영역을 넓히고 사유는 진리에 이르러 믿음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킨다. 묻고 답하기를 통해 서두르지 않고 참 진리로 이끄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신약성경에 있다. 예수님이 유대 지역을 떠나 다시 갈릴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이때 사마리아를 통과해야 했는데, 예수님은 의도적으로 ‘수가’라는 마을로 들어가셨다. 이곳은 야곱이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깝고 야곱의 우물이 있는 곳이었다(요한복음 4:3-5). 구약 본문에서 야곱이 우물을 팠다는 .. 2017. 5. 18.
절박했던 어머니 하갈, 하늘의 약속을 받다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29) 절박했던 어머니 하갈, 하늘의 약속을 받다 살다보면 동거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더러 끝내 헤어져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스라엘이 당당히 국가로 발돋움하기 사백년 전쯤(창세기 15:13), 아브람은 하나님으로부터 큰 민족을 이룰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12:2). 그러나 아브람 아내의 불임은 약속을 성취하는데 걸림돌이었다. 그가 고향을 떠나 가나안 땅에 거주한지 10년쯤 되었을 때다. 그는 아내 사래의 여종이었던 이집트 사람 하갈을 두 번째 아내로 맞이한다(16:1-3). 사래의 제안이 먼저였지만, 사람의 계획이 어찌 자기 뜻대로 흘러가던가. 하갈이 임신하자 사래를 멸시하기 시작했다(4절). 아브람의 두 아내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사래가 하갈을 학대하는 상황.. 2017. 5. 9.
왜 여자 예언자 훌다인가?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28) 왜 여자 예언자 훌다인가? 한 사람의 의인이 패역한 나라에 내려질 재앙을 막을 수 있는가? 올바른 지도자 한 사람이 국가의 위기를 모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가? 일시적이지만, 악행에 대한 심판의 연기는 가능하다. 국가적 재앙위기를 타개할 기회의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주전 7세기 남 유다 땅의 요시야 왕이 그 본보기다. 요시야 왕은 할아버지 므낫세 왕의 악행을 종결하고 종교개혁을 단행한 왕으로 잘 알려졌다(주전640-609년). 그가 어떻게 종교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을까. 왕의 과감한 개혁의지만으로 가능한가? 요시야 왕 통치시간 동안, 개혁 실행에 결정적 추진력을 제공했던 여자 예언자 훌다가 있었다. 훌다의 기록은 이스라엘 왕국 역사 한 귀퉁이 작은 일화로 존재할 뿐이지만.. 2017.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