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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26

사람이 하느님 신비를 알면 얼마나 알까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8) 사람이 하느님 신비를 알면 얼마나 알까 “과연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이토록 사랑하시어 외아들을 주시기까지 하셨습니다”(요한복음 3:16-18). 사람은 ‘너’를 만나면서 ‘나’로 피어난다. 인간은 사랑의 햇살을 받아야만 피어나는 피조물이다. 하늘과 삼라만상에서, 그리고 부모와 여인에게서…. 아담은 하느님이 만드신 걸작품이었지만 하와를 만나기까지 웃을 줄 몰랐다. “하느님께서, 아담의 갈빗대를 하나 뽑고 지성스럽게 그 자리를 살로 메우시고는 솜씨를 다하시어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신 다음 아담에게 데려오셨다.” 그러자 하느님의 모상인 아담의 입에서 처음으로 소리가 터진다. “야, 히야, 드디어 나타났구나!” 이어서 당신의 가장 깊은 신비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시면.. 2015. 2. 9.
마르다, 마르다…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7) 마르다, 마르다…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누가복음 10:38-42). “저 여우같은 계집애, 난 눈코 뜰 새 없는데 선생님 턱 밑에 앉아서 얼빠진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꼴 좀 보라지. 선생님 좋아하는 제 속 모르는 바 아니고 원래 물에 손만 담그면 어찌되는 줄로 아는 얌체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열댓 명 손님을 나 혼자서 치우라니… 선생님도 저렇게 눈치가 없으실까? 한 마디 해야만….” 부엌살림을 해 본 여자라면 마르다와 마리아 얘기에서 마르다의 편이 되지 않을 사람은 없겠다. 그래서 벼르고 벼르다 성미대로 한 말씀 올렸는데, 예수님 대답이 천연덕스러웠다. “마르다, 마르다, 저녁이야 밥하고 김치면 되지 뭘 그리 야단.. 2015. 2. 1.
아담아, 너는 어디 있느냐?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6) 아담아, 너는 어디 있느냐? “너희가 악하면서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누가복음 11:1-13). 성서에는 한 사람이 처한 시간과 장소마다 가슴에 그 뜻이 새겨지는 구절들이 많다. 평소에 그냥 넘기던 구절이 불화살처럼 가슴에 와 박히는 순간이 있다. 사람의 손으로는 그 누구도 빼내 주지 못하는 극한 상황에서 “야훼는 나의 반석, 나의 요새, 나를 구원하시는 이”(시편 l8:2)라는 부르짖음이 나의 기도가 되고, 몇 번이고 까무러치는 고문을 당하는 자의 입술에서는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시편 22:l)라는 신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가 형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의 심장은 “복수의 하느님, 야훼여,.. 2015. 1. 28.
한국교회의 문둥이들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5) 한국교회의 문둥이들 “그 분은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실 수 없었고, 바깥의 외딴 곳에 머물러 계셨다” (마가복음 1:40-45). “목자와 맹견이 서로 물어뜯는 동안 목자도 맹견도 양떼를 돌보지 않지. 그래서 양떼의 일부가 밖으로 나가 버리게 돼… 농민이면서도 농민이 아닌 경우… 시민이면서도 시민이 아닌 경우… 문둥이처럼 바깥에서 목숨을 부지해 왔지… 그리스도교 신자에게는 이들이 양떼가 아니지. 양떼밖에 있는 무리야. 그래서 증오하지. 양떼는 모든 문둥이가 죽어 없어지기를 바라지… 성 프란체스코가 이 점을 깨닫고는 제일 먼저 문둥이들에게 가서 함께 살기로 결단을 내렸지. 하느님의 백성이란 이런 추방된 무리를 다시 품에 받아들이지 않는 한 변모가 불가능해… 문.. 2015. 1. 21.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4)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우리의 모세 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죽이라고 하였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요한복음 8:l-11) 여자는 철들기 시작하면 사내의 눈이 자신의 몸 어디에 머무는지 안다.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다정한 시선이 있고,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훑어 내리는 탐욕이 있다. 잠자리에서 끌려 온 여자 하나를 먹이 보듯이 구경하고 둘러서서 '선생님'의 눈길과 태도를 히죽거리며 지켜보는 군상을 상대로 예수께서는 한없는 혐오감을 누르실 길 없었다. “우리의 모세 법에는….” 기실 법이란 주로 강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무기로 사용되기 마련이다. 더구나 지금은 의인에게 올가미를 씌울 구실일 뿐이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여자가 잡혀 왔는데 사내.. 2015. 1. 15.
늦게사 사랑하게 되었나이다!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3) 늦게사 사랑하게 되었나이다! “그들은 배를 끌어다 호숫가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누가복음 5:1-11). 내가 주님을 처음 만나 뵌 때는 언제였을까?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사도 요한은 백 살이 다 되어서도 ‘그 날, 때는 네 시쯤이었다’(요한복음 l,39)라고 운명의 시각을 기억하고 있지만, 나는…. 내가 내 아내 된 저 여자를 처음 보았던 그 때였을까? 교통사고가 나던 그 날이었을까? 친구가 성당에 가자며 데리러 오던 가을 아침이었을까? 어느 봄날 문득 좁다란 뜰에 초목 한 포기가 땅을 뚫고 솟아 있음을 발견했을 때처럼, 은총의 씨앗이 언제부터 내게 숨겨져 있었는지 나는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예수와 첫 번 .. 2015. 1. 11.
생각지도 않은 때에 생각지도 않은 얼굴로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2) 생각지도 않은 때에 생각지도 않은 얼굴로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누가복음 12:35-48). 하느님은 도둑같이 오신다, 생각지도 않은 때에.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다. 하느님은 도둑같이 오신다, 생각지도 않은 모습으로. 거북한 이야기다. 예수는 수천 년을 고대하던 메시아였다. 그러나 당대의 종교계 지도자인 대제관, 당대의 평신도 지도자인 바리사이, 당대의 지식과 언론을 장악하고 있던 율법학자가 합작하여 예수를 잡아 죽였다. 학식 있고, 경건하고, 하느님 뜻을 알 만한 사람들이 왜 그랬을까? 바로, 예수는 그들이 기대하던 메시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권력과 금력과 종교 신앙까지 독점한 그 집단들은 자기네가 주장하던.. 2015. 1. 5.
우물가의 빈 물동이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1) 우물가의 빈 물동이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속에서 샘물처럼 솟아올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다”(요한복음 4:5-42). 때는 이미 정오 가까이와 있었다. 뙤약볕이 이글거리는 시각에 물을 길으러 오는 여자라면 늦잠을 자는 어지간한 게으름뱅이거나, 시원한 아침과 저녁에 물을 기르는 여염집 여자들한테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입방아에 오르는 그런 여자임에 틀림이 없다. “선생님도 체면 좀 차리시지. 그래, 남녀 내외하는 세상에 여자한테, 그것도 술집 여자한테 천연덕스럽게 말을 거실 게 뭐람. 옷차림이나 화장을 보시면 몰라요?” 우리 비위를 몹시 상하게 한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주님은 그 여자와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물 좀 주시오.” 한 여인의, 운명의 실타래가 풀려나기 시작한다.. 2015.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