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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191

어수선한 마당 뒷설거지 신동숙의 글밭(226) 어수선한 마당 뒷설거지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후 잇달아 올라오는 태풍 피해 소식에 마음이 무거운 날이다. 난생 처음으로 밤새 무섭게 몰아치는 강풍에 잠이 깨어서 내내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벽을 맞이하였다. 날이 밝은 후 내가 살고 있는 집 마당에도 어김없이 밤새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들로 마음이 어수선하기만 하다. 언제 다 치울까 싶다. 자정 무렵 태풍이 지나가기 전 그날 오후에 친정 엄마가 마당에 있는 깻잎대와 고춧대를 뽑아내시면서 한바탕 마당 대청소를 하시느라 땀 흘리신 정성은 흔적도 없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을 수습하느라 최전선에 계신 분들의 마음도 이와 같을까? 이제 겨우 숨돌리는가 싶었는데.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올 2월에 신천지 교인으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울산에서.. 2020. 9. 4.
진실, 마음의 초점 신동숙의 글밭(225) 진실, 마음의 초점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 하셨으니. 그렇다면 온전한 사랑을 위한 그 원수란 나에게 있어 어떤 대상일까? 그러한 사랑은 어떤 사랑인가? 이 단순한 말씀이 이어져 생각은 강을 이룬다. 처음같이 영원히 마르지도 그치지도 않는 샘물처럼 이 진리의 말씀에 오늘도 내 영혼이 마른 목을 축이듯 생각의 두레박을 내린다. 오늘날 당장에 원수를 꼽자면, 개인적인 원수보다는 공적인 원수가 먼저 떠오른다. 코로나19의 2차 위기를 다함께 조심스레 지나는 이 시기에 있어서 사회 공적인 원수란, 유독 자기들만의 구원과 욕망을 위해서 온전하신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등지고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대면하여 떠드는 자들일 것이다. 그런 원수까지도 예수는 사랑하라 하셨.. 2020. 9. 2.
엎드려 우러러보는 꽃처럼 - <시편사색>을 읽다가 신동숙의 글밭(223) 엎드려 우러러보는 꽃처럼 - 을 읽다가 을 읽다가, 신앙인의 참된 자세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문장을 만나게 되어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이 글을 적는다. 마음 한 켠으로는 필자의 짧은 소견이 덧붙여져 오히려 문장의 본뜻을 가리게 되는 폐를 끼치진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히브리 시인의 시편 16편 6절 - '내게 줄로 재어 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를 두고서, 의 오경웅 시인은 '님 주신 유업을 누리는 중에 엎드리고 우러르며 님의 뜻 헤아리네' - 優游田園中 俯仰稱心意 (우유전원중 부앙칭심의)로 해설하였다. 송대선 역자의 해설 전문을 그대로 옮기자면, '히브리 시인은 주님이 허락하신 유업에 즐거워하지만 오경웅은 그 유업을 .. 2020. 8. 31.
의료 파업, 의료진들도 아프다 신동숙의 글밭(221) 의료 파업, 의료진들도 아프다 나 자신도 육아 파업과 주부 파업을 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육아의 가장 큰 적은 경제력의 빈곤도 아니고 무능력도 아닌, 그 어떤 것보다 '엄마의 피로'라는 말을 실감하곤 한다. 피로하면 만사가 다 귀찮고 힘든 것이다. 사랑하고 안아 주어야 할 귀한 제 자식이라도 밀어내고 싶고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 들면서 무거운 짐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때가 있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파업을 하는 의료진들의 몸과 마음이 그러한 상태까지 간 것인가? 처음엔 사소하고 가볍게 찾아온 피로감이 해소되지 못해 점점 쌓여만 가고, 과중된 업무에 스트레스까지 쌓이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의.. 2020. 8. 29.
안거(安居), 안전 수칙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신동숙의 글밭(220) 안거(安居), 안전 수칙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손톱 끝에 초승달인가 싶더니 성실한 달이 오늘은 하얀 반달로 떴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은, 하늘과 땅을 꿰뚫는, 가운데 중(中)의 한 획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반쪽이 있음으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 나머지 반쪽을 헤아리려 저절로 아득해지는 마음은 보름달 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이 순간 하얀 반달처럼 눈이 맑은 벗이 곁에 있다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픈 아니 서로가 아무 말없이 저 달을 바라보며 고요히 앉아 있기만 해도 좋을 귀뚜라미 소리 순하게 들려오는 여름밤이다. 깨어 있는 낮의 하루와 조금 있으면 잠자리에 들 나머지 반쪽의 하루, 그 사이 어디쯤에 이렇게 머물러 있는 교차의 시간은 왠지 나그네의 마음을 쓸쓸.. 2020. 8. 28.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건, 맑은 가난이더라 신동숙의 글밭(219)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건, 맑은 가난이더라-정치 지도자, 종교 지도자, 의사라는 직업의 엄중함- 어느덧 처서가 지나고, 어둑해진 서녘 하늘에 초승달이 보이는 밤이면, 선선한 밤바람이 답답하던 가슴속까지 어진 손길로 슬어 주는 듯하여, 이대로 여름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이내 제주도에서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다는 태풍 바비 소식에 비설거지라도 하는지 다들 분주한 목소리다. 사는 곳이 달라도 조심하자며 부디 건강하라는 인사가 어디서든 한목소리다. 서로가 서로를 향한 마음들이 그렇게 한결같이 따뜻한 것이다. 검색을 하다가 올라오는 소식 중에, 창밖으로 거세게 비를 퍼붓는 제주도 태풍 영상을 보면서 조마조마해 있는데, 빕빕~ 문자 알림음이 깜짝 놀래킨다. 보나마나 코로나19 관련 .. 2020. 8. 27.
부산을 움직이는 건, '정의'보다는 '정'과 '의리' 신동숙의 글밭(218) 부산을 움직이는 건, '정의'보다는 '정'과 '의리'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권고인 코로나19, 2단계 안전 수칙인 비대면 예배와 사회적 거리 두기를 대부분의 교회와 단체와 모임과 개인들까지도 지키고 있는데 반해서, 유독 부산에선 270군데 현장 예배를 선포, 강행한 실태를 두고 무엇으로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너그럽고 올바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 입장에서도 아무리 헤아려 보아도 통탄해 할 개신교의 그릇된 단면일 것이다. 그렇지만 부산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필자의 입장에선 어렴풋이 아련하게나마 부산 사람들의 그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부산 사람들은 환경 태생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정'과 '의리'가 많은 사람들이다. 6·25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인한 .. 2020. 8. 25.
마스크와 침묵 신동숙의 글밭(218) 마스크와 침묵 요즘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 진짜 바이러스는 코로나19가 아니라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뉴스에선 확진자 수십명이 다녀간 어느 가게에서 검사를 받은 직원들한테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한다. 그럴 수 있었던 요인은 모두가 코로나19 안전 수칙인 마스크 착용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천지 사태 이후로 온 국민이 정부에서 알려준 코로나19 안전 수칙을 대부분 잘 지켜왔기에 울산 지역만 해도 최근 100일 동안 확인자가 0명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어제 날짜로 확진자 70명이 되었다.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공공 기관 출입시에 발열 체크 등. 이 수칙들이 처음엔 약간의 불편함을 주었지만, 어느새 그것도 우리 생활의 일부가.. 2020. 8. 24.
텅빈 대형 교회당과 거룩한 성전 신동숙의 글밭(217) 텅빈 대형 교회당과 거룩한 성전 인도 여행을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 한 자락이 생각난다. 코끼리 형벌에 대한 이야기다. 죄를 지은 신하에게 왕이 내리는 형벌 중에서 코끼리를 하사하는 형벌이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그게 무슨 형벌이 될까 싶었다. 언뜻 생각하면 형벌이 아닌 코끼리 선물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토끼도 아닌 거대한 코끼리를 왕이 내려준다니 형벌보다는 오히려 선물이 아닌가. 하지만 거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코끼리를 굶어 죽게 해선 안되는 것이다. 코끼리를 팔아서도 안되는 것이다. 왕이 하사한 코끼리를 잘 먹여서 키워야 하는 형벌인 것이다. 코끼리 한 마리가 먹는 채소와 과일의 양은 하루에 100kg이 된다고 한다. 코끼리 한 마리를 먹여 살리다가 점점 집안.. 2020.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