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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1157

백두산에 오르는 꿈 한희철의 얘기마을(36) 백두산에 오르는 꿈 친구와 함께 백두산에 오르는 꿈을 꾸었다. 꿈이었지만 가슴은 얼마나 뛰고 흥분되던지.오르다 말고 잠에서 깨어서도(아쉬워라!) 설레는 가슴은 한동안 계속되었다.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내 기똥찬 꿈 꿨으니 꿈을 사라 했다. 거 참 신나는 일이라고 친구도 덩달아 좋아한다.언제쯤일까.먼 길 빙 돌아서가 아니라 내 나라 내 땅을 지나 백두 천지에 이를 날은.설레는 오늘 꿈이, 꿈만으로도 설레고 고마운 오늘 꿈이 정말로 가능한 그 날은. - (1989) 2020. 7. 25.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 한희철의 얘기마을(35)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 그래요,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시퍼런 날을 남몰래 갈고 갈며뚝 뚝 눈물 떨궈 갈고 갈며가슴속 깊이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 여린 것들을 사랑하기 위해단 한 번 쓰러짐을 위해든든한 물러섬을 위해. (1990) 2020. 7. 24.
사랑합니다, 당신의 마른 생 한희철의 얘기마을(34) 사랑합니다, 당신의 마른 생 그렇게 즐거운 모습을 전에 본 적이 없다. 대절한 관광버스 안, 좁은 의자 사이에 서서 정말 신나게들 춤을 추었다. 이음천 속장님의 셋째 아들 결혼식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는 길, 차 안은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빠른 템포의 노래로 가득했고, 노래에 맞춘 춤의 열기로 가득했다. 오늘은 이해해 달라고 몇몇 교우들이 맨 앞자리에 앉은 날 찾아와 미안한 듯 말했지만 이해할 게 어디 있는가, 같이 춤추지 못하는 자신이 아쉬울 뿐이지. 춤과 술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만큼 난 삶과 멀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예수라면 그들과 어울려 좁은 틈을 헤집고서 멋진 춤을 췄을 텐데! 종설이 아버지와 섬뜰 반장님의 멋진 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한쪽 다리를 흔들어대는 준이 아.. 2020. 7. 23.
소나 나귀는 주인을 알아보는데 한희철의 얘기마을(33) 소나 나귀는 주인을 알아보는데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태복음 11:28-30) 박민하 성도님 댁을 심방 하면서 위의 성경을 읽었다. 무거운 짐, 걱정일랑 주께 맡기자는 말씀을 드렸다. 말씀 중에 ‘멍에’도 그렇고 ‘두 마리 소가 나란히 밭을 간다’는 농사법에 대한 이야기도 그랬다. 함께 모임 교우들이 더 쉽게 그 말을 이해했다. 박민하 성도님은 ‘두 마리 소’를 ‘겨릿소’로 받으셨다. “소나 나귀는 주인을 알아보는데 내 백성은 나를 모른다.”(이사야 1:1-20)는 속회 공과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알아보나요?” 여쭸더니 “그럼요, 주인보다 먼저 알아보고 좋아 하는데요.” 허석분 할머니가 자신 있게 대.. 2020. 7. 22.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 한희철의 얘기마을(32)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 비도 안 내리시게.” 옛날, 일이 너무 고된 한 머슴이 하늘 보고 그랬답니다. 비나 와야 잠깐이라도 일에서 손을 놓을 수가 있었을 테니까요.쉴 새 없이 일에 쫓기는 치화 씨와 광철 씨를 보고 우속장님이 머슴 이야기를 했습니다.겹쳐 쌓인 피곤을 채 돌보지 못하는 그들의 지친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입니다. (1990) 2020. 7. 21.
고픈 얘기 한희철의 얘기마을(31) 고픈 얘기 수요예배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잠시 쉬는데, 부엌문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나가보니 광철 씨였다. 작실 분들과 돌아가다가 다시 내려온 것이었다. “웬일이에요, 광철씨?”“지난 번 가져다 드린 밤 잡수셨어요?” 밤이며, 땅콩이며, 호박이며, 광철 씨는 늘 그렇게 먹을 것을 전하려 애를 쓴다. 예배시간 이따금씩 제단에 놓이는 들꽃도 광철 씨 손길이다. 그게 광철 씨 믿음이요 사랑이다. 들꽃을 꺾어서, 밭뙈기 호박을 심어서, 남의 집 일하곤 한 줌 땅콩을 얻어서 못 드리는 헌금 대신 드리는 광철 씨, 가장 가난하고 가장 깨끗한 드림이다. 광철 씨는 밀린 얘기를 했다. 안쓰럽다 여길 뿐, 아무도 그의 얘기 귀담아 들어주는 이가 없다. 엄마 돌아가셨을 때 장례 치러주어 고마웠다.. 2020. 7. 20.
어떤 기도 한희철의 얘기마을(30) 어떤 기도 새벽 세 시경 일어나 세수하면 그나마 눈이 밝습니다. 성경 몇 줄 읽곤 노트를 펼쳐 몇 줄 기도문을 적습니다.머릿속 뱅뱅 맴돌 뿐 밖으로 내려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는 서툰 기도 몇 마디, 그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한 두 방울 물 받듯 노트에 적습니다.그러기를 며칠, 그걸 모아야 한 번의 기도가 됩니다. 그러나 그걸 한 데 모았다고 끝난 건 아닙니다.흐린 눈, 실수하지 않으려면 몇 번이고 읽어 익숙해져야 합니다.그 때마다 흐르는 눈물,같이 자는 남편 놀라 깨기도 하고, 몇 번이고 눈물 거둬 달라 기도까지 했지만, 써 놓은 기도 읽기만 해도 흐르는 눈물, 실컷 울어 더 없을 것 같으면서도 기도문 꺼내 들면 또다시 목이 잠겨 눈물이 솟습니다. 안갑순 속장님의 기도는 늘 그.. 2020. 7. 19.
널 닮고 싶구나 한희철의 얘기마을(29) 널 닮고 싶구나 오후에 작실로 올라갔다. 설정순 성도님네 잎담배를 심는 날이다.해질녘 돌아오는 길에, 일을 마친 이 속장님네 소를 데리고 왔다. 낯선 이가 줄을 잡았는데도 터벅터벅 소는 여전히 제걸음이다. 하루 종일 된 일을 했음에도 아무런 싫은 표정이 없다. 그렇게 한평생 일만 하고서도 죽은 다음 몸뚱이마저 고기로 남기는 착한 동물. ‘살아생전 머리에 달린 뿔은 언제, 어디에 쓰는 것일까?’ 깜빡이는 소의 커다란 눈이 유난히 맑고 착하게 보인다. 알아들을 리 없지만 내려오는 길, 소에게 말을 건넨다. -소야, 난 네가 좋구나. 널 닮구 싶구나. (1990) 2020. 7. 18.
덕은리 한희철의 얘기마을(28) 덕은리 덕유산(德裕山)이라는 산명(山名)은 늘 그윽하게 다가왔다. 덕이 넉넉하다는 뜻도 그러하려니와 덕유라는 어감 또한 그 뜻하고 멀지가 않아 왠지 그윽한 맛이 풍긴다. 단강 조귀농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충청북도 땅이다. 개울 하나를 두고 강원도와 충청도가 갈린다. 충청북도 첫 마을 이름이 덕은리다. 충북 중원군 소태면 덕은리가 된다. 덕은리 초입에는 목판에 새긴 이정표가 서 있다. ‘德隱里’라 한문으로 써 있다. 덕이 숨어 있는 마을,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은은히 덕이 배어나는 마을이라는 뜻일까. 흐르는 남한강과 아름답게 어우러진 덕은리 마을, ‘덕은’이라는 이름이 귀하다. 늘 그 이름 감당하며 사는 좋은 마을 되었으면. (1989) 2020.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