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19. 11. 28. 08:17

신동숙의 글밭(13)

 

봉황새 한 마리

 

훌훌 팬티만 입고
칭칭 이불을 감고
빼꼼 얼굴만 내놓은

 

홀로 쇼파를 점령한
까르르 웃음꽃 터트리며
티비를 보는 모습은

 

힘겨운 하루를 보낸 후
비로소 둥지에 틀어 앉은
봉황새 한 마리

 

책 읽으란 소리에
숙제는 했느냐는 소리에
꿈쩍도 안하던 고귀한 몸이

 

저녁밥 먹으란 소리에
새벽답 참새처럼
훌쩍 날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