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19. 12. 21. 14:41

신동숙의 글밭(36)

 

새가 난다

 


먼 하늘, 새가 난다
위로 아래로 위로 아래로

날개를 평등하게 펼치고
단순함 안에서 마음껏 난다

날개를 바람에 맡기고
진리 안에서 아이처럼 난다

햇살 안에선
한 점 별빛으로

달빛 아래로
고이 접은 꽃잎은 작은 둥지가 집이다

부리 끝에 감도는 훈기
부푼 가슴엔 하늘을 품는다

깃털 끝이
등 뒤로 흐르는 것은

꽁지깃이 
가리키는 한 점은

마음 속 먼 하늘
그 너머의 하늘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