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봄날엔 가시도 순하다

한종호 2020. 4. 11. 08:14

신동숙의 글밭(129)


봄날엔 가시도 순하다





두릅나무에선 두릅나무 순이
엉게나무에선 엉게나무 순이
제피나무에선 제피나무 순이


가시나무에 돋은 어린잎들마다
봄날엔 가시도 순하다


여리고 순한 가시잎을
끓는 물에 데치고
양념장에 버무린다


가끔은 뾰족해진 내 가슴에서 돋아나는 순도
여리고 순할 때 부지런히 뜯어서
씁쓸한 약으로 나물반찬으로


끓는 가슴에 데치고
맑은 눈물로 씻어서
사색의 양념장에 버무릴까


감사와 평화의 기도손 모아
순한 쌈으로 저녁밥상에 올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