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4. 21. 10:27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2)


감나무와 가지


감은 새로운 가지에서만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옛 가지에서는 절대 안 맺는다는 것이다. 옛 가지에서는 촉만 나올 뿐, 촉에서 나온 새로운 가지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도시의 삶을 등지고 시골로 들어가 성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가, 그간 눈여겨 본 것을 들려주는 것이니 충분히 신뢰할 만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퍼뜩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우리가 믿음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옛 가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지난해에도 맺었으니 올해에도 맺을 거라 안일하게 생각하며 새 가지를 내지 않기 때문에 열매를 맺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열매 맺기를 원한다면 옛 가지에서 촉과 같은 눈을 떠야 한다. 그 눈에서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가지를 내야 한다. 새로운 눈과 새로운 가지 없이 열매를 기대하는 것은, 지난 경험에 기대 옛 가지에서 감 열리기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