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4. 23. 06:32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4)
갈망
한 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벽에 걸려 있는 옛 시 하나가 눈에 띄었다.
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
‘죽영소계진부동 월륜천소수무흔’, 더듬더듬 뜻을 헤아리니 ‘대나무 그림자가 계단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어나지 않고, 둥근 달이 연못을 뚫어도 무엇 하나 흔적 남지 않네.’ 쯤이 될 것 같았다.
문득 대나무 그림자 앞에 선 듯, 호수를 비추는 달빛 아래 선 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대나무 그림자 출렁이듯, 순한 달빛 일렁이듯 마음으로 찾아드는 갈망이라니.
먼지 하나 없이 마음 하나 쓸고 싶은.
물결 하나 없이 마음 하나 닿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