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카네이션보다 안개꽃

한종호 2020. 5. 9. 07:20

신동숙의 글밭(144)


카네이션보다 안개꽃




카네이션 한 다발을 안겨 주던 날

엄마가 보고 있는 건


카네이션이 아니라
카네이션을 감싼 흰 안개꽃이란다


네가 내 앞에서 웃고 있던 날
엄마가 보고 있는 건


네 옷차림이 아니라
네 등 뒤에 커다란 하늘이란다


그러니까 말이야
아주 어릴 적부터 그런 거지


눈에 활짝 띄는 세상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언제나 더 크니까


자꾸만 눈에 보이는 건
보이지 않는 하늘이란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러면 그럴 수록


하늘이 점점점
마음 속으로 들어오지


마음 속으로
푸른 하늘이 펼쳐져


그러면 너도 꽃처럼
활짝 웃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