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6. 20. 08:35

한희철의 얘기마을(4)


자조




버스에 탄 할아버지 두 분이 이놈, 저놈 호탕하게 웃으며 농을 한다. 


“이놈아,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어허 그놈, 으른 애도 모르는 걸 보니 갓난애구먼.”


“이놈아, 집에 틀어박혀있지 나가길 어딜 나가누. 나갔다 길 잃어버리면 집도 못 찾아올라구.”


“고 어린 게 말은 잘하네. 아직 이도 안 난 것이.”


“뭐라고?”


어이없어 껄껄 웃고 마는 할아버지, 정말 앞니가 하나도 없다. 친구 같은 두 분 할아버지, 무심한 세월 덧없음을 그렇게 서로 자조하고 있는 것이었다. 


(얘기마을, 198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