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6. 20. 08:38

신동숙의 글밭(169)


산안개




비가 오는 날에는

산안개가 보고 싶어서


밥을 먹다가

먼 산을 생각합니다


설거지를 하다가

산안개를 생각합니다


푸른산 머리 위에 앉은

하얀 산안개가 순합니다


비가 오는 그믐밤에도

흰 박꽃처럼 순합니다


하늘도 순하고

산도 순하고

집도 순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온 마을이 하얀 박 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