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6. 30. 05:49

한희철의 얘기마을(13)


왜가리 할아버지




느긋한 날갯짓으로 내려앉아 어정어정 논가를 거니는 

한 마리 왜가리인 줄 알았어요.

널따란 논 한복판 한 점 흰 빛깔.

흔한 일이니까요.

허리 기역자로 굽은 동네 할아버지 피 뽑는 거였어요.

난닝구 하나 걸친 굽은 등이 새처럼 불쑥 오른 것이었지요.

내려앉은 새처럼 일하시다 언젠지 모르게 

새처럼 날아가고 말 변관수 할아버지. 


<얘기마을> (199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