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6. 30. 06:04

신동숙의 글밭(177)


어둔 밤의 불씨




붉은 노을로

저녁 하늘에 밑불을 놓아


까맣게 태우는

어둔 밤


낮의 모든 밝음을 

태우시는 어진 손길


가난한 집 지붕 위에

불씨처럼 남겨 둔 하얀 박꽃 한 송이


어둔 밤에 있을지라도

낮의 밝은 해를 잊지 말으라시며


까맣게 기름진 밤하늘에 

씨알처럼 흩어 둔 하얀 별들


그리움을 지피는 

어둔 밤에 불씨 하나 있어


없음을 향하여 제 몸을 지우다가

다시금 피어나는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