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7. 14. 06:15

한희철의 얘기마을(25)


우속장님네 황소



우속장님네 소는, 

윗작실 우속장님네 누런 황소는 

겁도 없고 추위도 덜 타야겠다. 

캄캄해지고도 한참을 더 

어둠을 더듬어 일을 마치곤 

그래 넌 여기서 그냥 자라 

잠시 후에 다시 올 터니 

들판에 소 놔 둔 채 집으로 오면

텅 빈 들판에 혼자 남아 

밤을 지새우는 우속장님네 황소.


커다란 두 눈 껌뻑여 

밤하늘별을 세며 무서움 쫓고, 

빙글빙글 같은 자리 돌며 

어릴 적 엄마 젖 그리며 추위를 쫓고. 


 <얘기마을>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