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한밤중에 울린 독경소리

한종호 2020. 7. 15. 06:31

신동숙의 글밭(189)


한밤중에 울린 독경소리




바람도 잠든 한밤중에 

은은하게 들려오는 풍경소리


고요한 소리를 따라서

골방까지 풍겨오는 참기름 냄새


귀를 순하게 맑힌 풍경소리는

밥숟가락이 살금살금 밥그릇에 닿는 소리


골방에서 책 읽는 엄마 몰래

주방에서 배고픈 아들 스스로 달그락


그 소리가 순하고 미안해서 

앉았던 몸을 일으킨다


입에 달게 또는 쓰게 <성철 평전>을 읽느라

상대 세상의 시시비비(是是非非)를 잊은 절대의 시간


스물네 살의 허기진 가슴에 달그락거리던

성철 스님의 "자기를 속이지 마라."


마흔 살이 넘은 지금도 

홀로 있는 내 골방에 절로 울리는 독경소리


그리고 비로소

"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 네 마음을 지키라. 

모든 생명이 이에서 남이니." 


환한 말씀의 옷자락에 시름을 내려놓으며

쉼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