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7. 24. 07:31

신동숙의 글밭(197)


평온한 둥지




물 한 잔을 마시는 동안

맨 처음 물이 떠나온 

샘을 생각합니다


밥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

맨 처음 씨를 뿌리던 

손을 생각합니다


들뜬 숨을 내려놓으며

맨 처음 불어넣어 주신 

숨을 생각합니다


샘과 손과 숨 

이 모든 처음을 생각함은

가슴으로 품는 일


처음을 품으며

나의 앉은 몸은

평온한 둥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