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7. 31. 06:43

신동숙의 글밭(203)


먼지 한 톨



먼지 한 톨로 와서

먼지 한 톨로 살다가

먼지 한 톨로 돌아가기를


내 몸 무거운 체로

하늘 높이 오르려다가

땅을 짓밟아 생명들 다치게 하는 일은

마음 무거운 일


들풀 만큼 낮아지고 

풀꽃 만큼 작아지고

밤하늘 홀로 빛나는 

별 만큼 가난해져서


내 마음 가벼운

먼지 한 톨로 살아가기를


높아지려 하지 않기를

무거웁지 않기를

부유하지 않기를


그리하여

자유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