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8. 5. 08:30
한희철의 얘기마을(45)
제비똥
안속장님네 마루 위 천정엔 올해도 제비가 집을 지었습니다. 점점 그 수가 줄어드는 제비가 용케 옛집을 찾아 다시 한 번 집을 지은 것입니다.
집 짓느라 바지런히 오가며 때때로 흰 똥을 싸 내려 마루에 똥칠을 합니다. 깨끗하신 속장님 연신 마루를 닦다 이번엔 신문지를 널찍하게 펼쳐놓았습니다.
문을 닫아 놓아도 용케 들어와 집을 진다고, 똥을 싸대 일이라며 말투는 귀찮은 듯 했지만 그 말 속엔 온통 반가움과 고마움이 들었습니다.
한갓 미물의 변함없는 귀향, 사람이 그보다 난 게 무엇일까. 백발의 세월 두곤, 돌아온 제비가 섧도록 고마운 것입니다.
까짓 흰 똥이 문제겠습니까.
-<얘기마을>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