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9. 1. 06:47

신동숙의 글밭(224)


투명한 길



투명함으로 왔다가

투명함으로 돌아가는 


스치는 바람의 손길처럼

어진 자비의 손길로 어루만지는


성실한 햇살의 발걸음처럼

따스한 긍휼의 목소리로 다가가는


투명한 마음이 걸어가는 

흔적 없는 하늘길


탐욕의 구름이 모였다가 

푸르게 흩어져 버리는 길


분노의 불길이 치솟아 오르다가 

하얗게 꺼져 버리는 길


어리석음의 강물이 넘실대다가 

투명하게 증발해 버리는 길


투명한 마음이 걸어가는

산도 강물도 있는 모습 그대로 비추는


투명한 길

하늘이 그대로 드러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