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9. 22. 07:00

한희철의 얘기마을(91)


깊은 주름들



“아무데구 자리 좀 알아봐 조유. 당체 농산 못 짓겠어유. 남의 땅 부쳐봐야 빚만 느니.”


해 어스름, 집으로 돌아가던 작실 아저씨 한 분이 교회 마당으로 올라와 ‘취직’ 부탁을 한다. 올해 58세. 허드렛일을 하는 잡부라도 좋으니 아무 자리나 알아봐 달란다.


힘껏 빨아 무는 담배 불빛에

어둠 속 각인되듯 드러나는 깊은 주름들. 


-<얘기마을> (199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