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11. 5. 05:59

한희철의 얘기마을(135)


밤은 모두를 재워



오늘도 해는 쉽게 서산을 넘었다.

말은 멍석 펼치듯 노을도 없는 어둠

산 그림자 앞세우며 익숙하게 밀려왔다.


차라리 밤은 커다란 솜이불

모두를 덮고 모두를 집으로 돌린다.

몇 번 개들이 짖고 나면 그냥 어둠 뿐,

빛도 소리도 잠이 든다.


하나 둘 별들이 하늘로 돋고

대답하듯 번져가는 고만고만한 불빛들

저마다의 창 저마다의 불빛 속엔

저마다의 슬픔이 잠깐씩 빛나고

그것도 잠깐 검은 바다 흐른다.


그렇다.

밤은 모두를 재워

모두를 같은 품에 재워

날마다

살아있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일으킨다.

검은 바다를 홀로 지나 것들을. 


-<얘기마을> (199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