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11. 8. 07:53

신동숙의 글밭(271)


침묵의 등불




초 한 개로 

빈 방을 채울 수는 없지만 


초의 심지에 

불을 놓으면


어둡던 빈 방이 

금새 빛으로 가득찹니다


백 마디 말씀으로 

하늘을 채울 수는 없지만


마음의 심지에

성호를 그으며


내 안에 하늘이 

금새 침묵으로 가득찹니다


촛불처럼

나를 태워


침묵의 등불을 밝히는

고독의 사랑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