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구멍 난 양말 묵상

한종호 2020. 11. 17. 06:20

신동숙의 글밭(277)


구멍 난 양말 묵상



                   -라오스의 꽃 파는 소녀, 강병규 화가-


몸에 작은 구멍 하나 뚫렸다 하여

멀쩡한 벗님을 어떻게 버리나요


내 거친 두 발 감싸 안아주느라

맥없이 늘어진 온몸이 미안해서


어디까지나 나의 게으름 탓에 

제때 자르지 못한 내 발톱에 찔려 아픈 님을


작은 틈으로 비집고서 

세계 구경 나온 발가락은


웃음도 되고 

서러움도 되었지요


실과 바늘로 한 땀 한 땀

꿰어주시던 어진 손길은


묵주알처럼 공굴리는

묵상의 기도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