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0. 11. 29. 08:26

한희철 얘기마을(158)


막연함




귀래로 나가는 길, 길 옆 논둑에 한 청년이 앉아 있다.


군데군데 거름 태운 자국이 버짐처럼, 기계충처럼, 헌데처럼 남아있는, 풀 수북이 자라 오른 논 한 귀퉁이, 처박듯 경운기 세워두고 길게 내뿜는 담배연기.


퍼지는 담배 연기 따라 함께 퍼지는, 왠지 모를 안개 같은 막연함.


-<얘기마을> (199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