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하루가 익으면 밥이 되지
한종호
2020. 12. 30. 08:20
신동숙의 글밭(300)
하루가 익으면 밥이 되지
저녁 노을에
두 눈을 감으며
쌀알 같은 하루를 씻는다
하루가 익으면
밥이 되지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
가슴으로 바람이 지나간다
쌓인 게 많을 수록
나누어 먹을 밥이 한 가마솥
너무 오래 끓이다 태워서
가슴에 구멍이 나면
하늘을 보고
가슴에서 일어나는 건
눌러붙은 밑바닥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어
시래기처럼 해그늘에 널어서
웃음기 같은 실바람에 말리는 저녁답
피어오르는 하얀 밥김은
오늘 이 하루가 바치는 기도
하루가 익으면
밥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