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1. 11. 06:58

신동숙의 글밭(310)


반쯤 비우면




마음이 무거운 날

마음 그릇을 들여다 보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 쌓인

땅의 일들이 수북하다


땅으로 꽉 찬 마음 그릇을

허공 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여 


반쯤 비우면

저절로 빈 공간에 하늘이 찬다


가끔은


마음이 날듯 가벼운 날

마음 그릇을 들여다 보면


하늘이 가득 펼쳐진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과 배달의 하늘이


이도저도 아닌 날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으면


오도가도 못하는 날

그저 생각만 해도


반쯤 땅인 몸속으로

반쯤 하늘이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