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1. 17. 08:24

신동숙의 글밭(312)


떡국 한 사발



소고기 조각 구름 걷어내고

계란 지단 구름 걷어내고


흙으로 빚은 조선 막사발로 

투명한 하늘과 바다를 조금만 떠서


두 손 모아 하나 되는 찰라

해를 닮은 흰떡 한 움큼 넣고 팔팔 끓이면


떡국의 가난과 맑음은 얼벗 되어 

다정히 손을 잡고서 놓치 않아


정월달 아침이면 해처럼 떠올라

둥근 입속으로 저문다


새해는 깊고 어둔 가슴에서 떠올라

웃음처럼 나이도 한 살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