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2. 12. 07:16



가지런히 꽂힌 책들이 모여
빗살 촘촘한 참빗이 되어

머리카락처럼 헝클어진
생각의 결을 가지런히 빗겨준다

한 권의 책
한 개의 사상
한 개의 종교만 내세우는 건

한 개비의 꼬챙이로
머리 전체를 빗겠다며 날을 세우는 일
나와 너를 동시에 찌르는 일

나와 너를 살리는
이 땅에 모든 생명을 살리는 공기처럼 
공평한 참빗의 빗살은 누구도 해치지 않는

촘촘한 햇살
촘촘한 빗줄기
촘촘한 바람의 숨결

하늘의 그물은 회회(恢恢) 성글어도
어린 양 한 마리도 빠뜨리지 않는 법

오늘을 빗는
빈 마음의 결마다
참빛으로 채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