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2. 18. 08:16


제 새끼들을 돌볼 때 정말 헌신적으로 인상 깊게 돌보던 어미닭의 태도가 어느 날부터인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조금만 낌새가 이상해도 다급한 목소리로 병아리들을 제 날개 아래 모으고, 먹을 게 있으면 새끼부터 먹게 하던 어미닭이었는데, 웬일인지 병아리들이 가까이 올라치면 매정하게 쪼아 물리치곤 한다. 어쩌면 저렇게 변할 수 있을까.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이야길 들은 집사님이 “뗄 때가 돼서 그래요.” 한다. 병아리가 깨어나 얼마큼 크게 되면 어미닭이 새끼들을 떼려 그리한다는 것이다. 

어미닭의 단호한 물러섬.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분명한 한 표정이었다.

-<얘기마을> (199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