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세월 한종호 2021. 3. 15. 05:48 황산개울 다리 건너 충청도 초입 이른바 충청북도 충주시 소태면 덕은리 정월 대보름을 맞아 윷판이 벌어졌다. 노장 대 소장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은데 편은 두 편이다. 썩썩 낫으로 깎아 만든 커다란 윷을 길바닥 아무데나 던지면 된다. 말은 소주병 병뚜껑에 담배꽁초 앞서거니 뒤서거니 흥이 오른다. 윷 한 번 치고는 덩실덩실 춤이 한참이고 저만치 앞선 말 용케 잡고는 서로를 얼싸안고 브루스가 그럴듯하다. 기분 좋아 한 잔 아쉬워서 한 잔 질펀하게 어울릴 때 술 너무 하지 말어 술 먹다가 세월 다 가 지나가던 한 사람 그렇게 끼어들자 그게 뭔 소리 철없는 소리 이게 세월이지 암, 이게 세월이야 윷판은 끝날 줄을 모르고 또 하나의 세월이 그렇게 가고 -<얘기마을> (1996년) 저작자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