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3. 18. 08:26
윗작실 하루 두 차례 들어오는 버스 정류장 옆에
허름한 집이 한 채 있다.
여기저기 헐리고 주저앉은 다 쓰러져가는 토담집이다.
오래된 장작이 아무렇게나 쌓여있고
문풍지 숭숭 뚫린 문은 바람과 친해져 무사통과다.
거기 한 할머니가 산다.
기구한 사연으로 한동안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세상에 근거 없는 삶을 살았다.
집이라기보다는 움막
그래도 겨울 내내 연기는 피어올랐다.
밖으로 반 집안으로 스미는 것 반
겨울잠을 자듯 또 한 번의 겨울을 할머닌 그렇게 났다.
며칠 전 할머니 집 앞마당
마당이래야 주먹만 한 마당에 파랗게 싹들이 돋았다.
마늘이었다.
짧고 좁은 가운데 길을 빼곤
빼곡하게 마늘 싹이 돋았다.
항아리 몇 개 놓인 뒤뜰 둑에
산수유 꽃망울이 터진다.
노랗게 터진다.
봄이다.
-<얘기마을> (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