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3. 21. 09:57



윗작실 죽마골을 오르다 만난 
꽃댕이 할머니 
강 건너 꽃댕이 마을에서 시집온 뒤론 
아예 이름이 꽃댕이가 되었다.

 


귀가 잡숴 큰소리로 싸우듯 소릴 쳐야 알아듣지만
사실 그럴 일이 뭐있담 
그냥 얼굴 보면 알지
낯빛 보면 맘 알지
말은 그담 아닌가
환한 웃음으로 지나쳤는데 
저만치 가던 할머니 
뭐라도 잊은 듯 
급하게 달려와선 
혼자 사는 당신 집 빈 마루에서 
웬 까만 비닐봉지 전하신다. 


무슨 설명 대신 손을 잡는데 
화로에 잘 익은 고구마처럼 할머니 손이 따뜻하다. 

돌아와 열어보니 냉이와 달래 들었다. 


혼자 사는 외로움 
사람에 대한 그리움 가득 들었다. 
달래 향기가 싸하다. 


봄이다.

-<얘기마을> (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