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김기석의 새로봄
마음을 넓히십시오
한종호
2021. 3. 26. 00:11
“그러자 우리 주님이 내게 한 질문을 던지셨다. 내가 너를 위하여 고난당한 그것이 너를 만족케 하였느냐? 내가 말했다. 예, 선하신 주님, 제 모든 고마움을, 선하신 주님, 당신께 드립니다. 복되소서. 우리 선하신 주님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만족이면 나도 만족이다. 너를 위해 당한 고난이 내게는 기쁨이요, 지복이요, 한없는 즐거움이다.“(<노리치의 줄리안>, 이현주 옮김, 말씀과밥의집, p.149)
주님의 평안이 세상의 나그네로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임하시기를 빕니다.
어느덧 사순절 순례의 여정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조금은 더 맑아지고 깊어지셨는지요? 엄벙덤벙 시간에 떠밀리며 살다 보면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잊을 때가 많습니다. 삶에 대한 질문은 잠시 멈춰 서라는 요청입니다. 우화 속의 토끼가 생각납니다. 토끼는 하늘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나무 아래 누워 낮잠을 자던 토끼는 사과 한 알이 떨어지는 소리에 소스라쳐 놀라 일어나 다짜고짜 달리기 시작합니다. 하늘이 무너졌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숲속에 있던 동물들도 토끼의 서슬에 놀라 함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왜 달리고 있는지 아는 동물은 없었습니다. 다른 동물들이 달리기에 무작정 따라 달렸으니 그럴 수밖에요. 우리도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무지 속에 있을 때 두려움은 이렇게 물결처럼 번져 가게 마련입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400여명 근처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수십 명만 돼도 화들짝 놀라곤 했는데, 이제는 조금 무덤덤해진 것 같습니다. 긴장들이 풀린 탓인지 공원이나 거리 혹은 식당이나 카페에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이 더디게나마 지속되고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비록 20% 밖에는 허용되지 않지만 대면 예배가 시작된 지 몇 주가 지나고 있습니다.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속히 모든 이들이 함께 모여 예배드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