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막연한 소원
한종호
2021. 4. 9. 06:31
어둠이 한참 내린 저녁, 아내가 부른다. 나가보니 작실에서 광철 씨가 내려왔다.
“청국장 하구요, 고구마 좀 가지고 왔어요. 반찬 할 때 해 드시라고요.”
그러고 보니 광철 씨 옆에 비닐봉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그 중 하나엔 허옇게 덩이진 청국장이 서너 개 담겨 있었다.
“청국장을 누가 했어요?”
아버지와 광철 씨 뿐 청국장을 띄울만한 사람이 없다.
“제가 했어요. 그냥 했는데 한번 먹어보니 맛이 괜찮던데요.”
사실 난 청국장을 잘 안 먹는다. 아직 그 냄새에 익숙하질 못하다. 그러나 광철 씨가 띄운 것, 비록 광철 씨 까만 손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 정을 생각해서라고 맛있게 먹으리라 생각을 하며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