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김기석의 새로봄
창조적 공생의 세상을 향하여
한종호
2021. 4. 16. 06:22
“고난 앞에서 모른 체 돌아설 권리는 없다. 불의 앞에서 사람들은 짐짓 다른 곳을 바라본다. 그러나 누가 고난을 당하고 있다면 우선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다. 고난이 그에게 우선권을 준다.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지금 슬퍼하는 사람을 돌보는 것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의무이다.”(Matthew Fox, Original Blessing, Bear & co, p.286에 인용된 엘리 비젤의 말)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우리 가운데 임하시기를 빕니다.
며칠 사이 제가 아침저녁으로 걷는 효창공원에 흰철쭉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꽃들이 질서 있게 자리바꿈을 하는 것을 보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금할 길 없습니다. 산수유꽃이 다 떨어지고 복사꽃이 시들해져서 서운했는데, 새로운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새 소리도 제법 활기찹니다. 농가월령가는 이 꽃 저 꽃 기웃거리며 분분히 나는 범나비의 자유로움을 바라보면서 “미물微物도 득시得時하여 자락自樂함이 사랑홉다”고 노래합니다. 생명은 크거나 작거나 무엇이든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볼 눈이 열린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을 뿐입니다. 분주한 사람의 눈에는 띄지도 않을 작은 생명들도 각자의 본분을 다하며 우주의 장엄한 춤을 추고 있습니다. 토마스 베리 신부는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서로 기대고 있다고 말합니다.
“각 존재는 지구 공동체의 모든 다른 존재들에 의해 지지된다. 역으로 각 존재는 공동체 내의 모든 다른 존재들의 복리에 기여한다. 이와 같은 창조적 관계로 이루어진 복합체를 형성하는 데에 바로 정의正義가 있다.”(토마스 베리, <위대한 과업>, 이영숙 옮김, 대화문화아카데미, p.91)
지지받는 동시에 기여하는 것, 그 창조적 공생 관계야말로 생명의 신비입니다. 그 신비를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해야 하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마치 고치 속을 파고들 듯 칩거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쓸쓸합니다. 이제는 가정을 제외한 어떤 공간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지요? 그만큼 지금 상황이 엄중하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봄은 우리를 밖으로 자꾸 불러내려 하지만, 가급적 다중이 모인 장소에 가지 않는 것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비대면 예배로 전환한 뜻을 잘 헤아려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