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4. 29. 06:50
이번 여름을 보내면서 가장 인상적인 일은 애광원을 방문한 일이었다. 거제도, 한 정치가의 고향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곳은 차로 열 시간 이상이 걸리는 먼 곳이었다. 지도를 펴 놓고 확인해보니 남쪽의 맨 끄트머리 한쪽 구석이었다. 춘천의 권오서 목사님과 사모님, 서울의 유경선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나 다섯 명이 동행하게 되었다.
애광원은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아름답게 어울린 장승포의 한 언덕배기에 있었다. 건물자체가 애광원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 했다.
애광원은 정신지체아들을 돌보는 특수기관이었다.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등 의료재활 활동과 직조·봉제·도예·조화·축산.칠보·염색·원예 등 작업재활 활동, 화훼·버섯재배·무공해 채소재배 등 자립작업장이 운영되는 애광원과, 중증 장애자를 수용하고 있는 ‘민들레 집’이 언니와 동생 두 분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도착한 다음날 원장님의 안내로 애광원을 두루 돌아본 우리는 내내 말을 잃고 말았다. 무책임한 말이라 할진 몰라도 수용되어 있는 한 아이 한 아이는 그야말로 ‘버려진 생명’들이었다. 누구하나 관심 갖지 않아 외면 받은 생명들을 애광원과 민들레 집은 이유를 묻지 않고 곱다랗게 품어주고 있었다.
중증 장애자들의 모습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막대기처럼 가느다란 손과 발을 가진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온몸이 움직여지질 않아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방마다엔 그들을 돌봐주는 사랑의 손길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