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
님께 바쳐지이다
한종호
2021. 4. 30. 05:36
“하나님의 계획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통일시키는 것입니다.”(엡 1:10)
주님의 평화와 은총을 빕니다.
잘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시절은 여전히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주말부터 주초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가 싶어 기대를 품어 보지만, 주중에는 어김없이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희망 고문처럼 느껴집니다. 조금 무심해져 보려고 하지만 교회 문을 닫고 있는 입장에서 그럴 수가 없군요. 이 곤고한 시간이 속히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교우들 가운데는 병원에 입원하신 분들도 계시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도 계십니다. 주님께서 힘겨운 시간을 견딜 힘을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 월요일 모처럼 아내와 용산가족공원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오전 내내 서재에 갇혀 지내다가 나오니 아내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햇빛 좋고 바람 서늘한 모처럼의 휴일, 일에 붙들려 지내는 남편 때문에 속이 상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간 곳이 용산가족공원입니다. 산사나무 하얀꽃 그늘에 앉아 책을 읽는 이들의 모습이 평화스러워 보였습니다. 바닥에 깔린 참꽃마리의 앙증맞은 꽃잎이 사랑스러웠습니다. 미나리아재비, 골담초, 큰꽃으아리, 등나무꽃을 찬찬히 살피며 오후를 다 보냈습니다. 거리 곳곳에 서있는 이팝나무도 흰꽃을 머리에 인 채 외로움에 지친 사람들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분주한 마음에는 깃들 수 없는 따뜻하고 아늑한 평화를 누렸습니다. 아름다운 계절에는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자연과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금주에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윤여정 선생의 오스카상 수상에 쏠려 있었습니다. <미나리>라는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해서 영화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다양한 매체와 한 윤여정 선생의 인터뷰는 많은 이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유창한 영어는 아니지만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 가학적이지 않으면서도 뭔가 깊은 곳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유머, 젠체하지 않는 태도가 외국인들에게도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당함은 온갖 풍상을 겪으며 살아온 깊은 연륜에서 나오는 것일 겁니다. 고통의 세월을 겪는다고 하여 모든 사람이 깊고 그윽한 멋을 품게 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할 때 윤여정 선생의 경우는 제게도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시상식에서 그가 한 말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나는 경쟁을 싫어합니다. 5명 후보 모두 각자 다른 영화에서의 수상자입니다. 오늘 제가 여기 있는 건 단지 조금 더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축약한 형태이긴 하지만 대략 이런 뜻의 발언이었습니다. ‘운이 좋았다’는 말이 그저 겸양의 말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시상식 직후 온라인 간담회에서 했다는 말도 참 크게 울려왔습니다.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흑인·황인종으로 나누고,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지닌 평등한 사람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소박하지만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이런 메시지가 일회적으로 소비되지 않고 많은 이들의 삶의 태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