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철 씨가 있다. 우리교인이다. 더없이 순하고 착하다. 그 마음을 말이 못 따를 뿐이다. 서른이 넘었지만 아직 장가 못 갔다. 못 갈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봄, 가을 짐을 져 나르는 일이다. 사람들은 그럴 때 그를 필요로 한다. 봄에는 거름을, 가을에는 볏가마니를, 야윈 몸에 무거운 짐 지고 새벽부터 어둠까지 품을 팔지만 안으로 자라는 약함의 뿌리는 보이질 않고, 염두에 둘 여유도 없다. 그렇게 살아왔고 또 살아갈 것이다. 봉헌 예배 땐 땔감 하라고 나무 한 짐 지게에 져 내려온 광철 씨.
이번에 되게 앓았다. 단순한 몸살일지. 거의 빠짐없이 저녁예배에 나와 예배드리고 꺼칠한 손을 마주잡아 인사를 한다. 안쓰럽게 마주함이 결국 모든 것일까. 으스러져라 눈물로 안아야 할 그의 삶. 모자람 속에 방치된 때 묻지 않은, 그러나 철저하게 외면당한 그 마음 누군가 고이 받아 따뜻이 덥혀야 하지 않은가.
그럴 여인은 없는지. 모든 것 딛고, 한 영혼을 사랑으로 마주할, 그 사랑으로 두 개의 문이 열려 서로의 구원을 가능케 할. 광철 씨가 장가갔음 싶다. 몸과 마음 모두 화복했음 싶다. 그 모습 보고 싶다. 짧게 끊기던 웃음 접고 막힘없이 웃어대는 순백의 웃음을, 그런 환희를. 그렇게 강한 생의 의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