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마음의 형상을 지으시느라

한종호 2021. 5. 17. 08:29

 


둥그런 바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열 달 동안 바삐
탯줄을 통해 몸의 형상을 지으신 후

좁은 문과 좁은 길
땅으로 떨어지는 죽음을 주시고
다시 살리시어

배의 탯줄을 끊자마자
가슴으로 숨줄을 드리우사

둥그런 땅
지구별 지금 이곳에서 

백 년 동안 느긋하게
숨줄을 통해 마음의 형상을 지으시느라

숨 쉬는 순간마다 새롭게
하늘 숨을 불어넣으시며 거두시기를 한평생

본래면목(本來面目)
온전한 마음으로 둥그렇게 살으라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