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5. 24. 09:30

 


어느 날 보니
검지손가락이 아렸다

왜 그런지 몇 날 며칠
몸속을 샅샅히 돌며 역학조사를 해보니

통증의 원인은 터치폰
늘상 검지손가락만 쓴 것이다

안 되겠다 싶어
무딘 가운뎃손가락과 약지를 조심스레 써 보았다

이처럼 새로운 손가락을 쓰는 일은
몸이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넓혀 가는 일

그래도 새끼손가락은 먼 곳
아직은 미지의 땅

그러는 동안 가장 튼튼한 엄지손가락은
뭘 하고 있는지 문득 보았더니

언제나 빈 공간에서 홀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땅에는 머리 둘 곳 없어
깊고 푸른 하늘로 둔 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