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
충실한 삶을 위하여
한종호
2021. 6. 3. 12:46
“좋으신 주님, 제 인생의 배를 저어 아늑한 당신 항구로 이끄소서. 거기라면 죄와 갈등의 풍랑을 피하여 안전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취해야 할 항로를 보여주소서. 제 안의 분별력을 새롭게 하시어, 저로 하여금 가야할 방향을 바로 찾게 하소서. 비록 바다가 거칠고 물결이 높다 하여도, 당신 이름으로 수고와 위험을 뚫고 나가면 마침내 위로와 평안을 얻게 될 줄 아오니, 저에게 바른 항로를 선택할 힘과 용기를 주소서.”(카에사리아의 바실리우스, 이현주가 옮기고 엮은 <세기의 기도> 중에서)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내에 넘치시기를 빕니다.
벌써 6월입니다. 망종(芒種) 절기가 다가옵니다. 왠지 햇보리밥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은 빨갛게 익은 앵두를 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이른 아침 공원에서 주변 눈치를 살피며 앵두를 따서 입에 넣는 노인을 보고 빙그레 공모의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오디 열매 또한 지천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오디는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피하지 못해 짓뭉개지면서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맘때면 제 아내는 장에서 오디를 사옵니다. 한 개 두 개 달착지근하고 신선한 오디를 먹다 보면 어느새 엄지와 검지 끝에 검붉은 물이 듭니다. 오디 물든 손을 보면서 아버지 어머니 생각을 했습니다. 농부로 사셨던 두 분의 손은 겨울만 빼고는 늘 풀물이 들어 있었습니다. 풀물이 든 손이야말로 정직한 손이 아니겠습니까?
생의 과정 중에 만난 것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에게 흔적을 남겨놓습니다. 그것은 의도한 것은 아니라 해도 슬그머니 스며들어 우리 존재의 일부가 되기도 합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 흔적이야말로 우리 삶의 빛깔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사람과의 만남이 소중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엷고 진한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와 다양하게 얽힌 사람들은 우리 존재에 어떠한 형태로든 흔적을 남깁니다. 누군가 자기가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흐뭇하게 상기하게 되는 흔적이 되고 싶습니다.
드문드문 들려오는 교우들의 소식을 들으며 인생살이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일곱 가지 감정이 번갈아가며 찾아옵니다. 벼랑 끝에 선 듯 위태로운 지경에 선 분도 있고, 불이 사위어가듯 오랜 질병으로 기력이 쇠해가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울과 공허감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정신을 곧추세우는 분도 계십니다. 우리가 어떤 삶의 시간을 겪고 있든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내가 비록 죽음의 그늘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주님의 막대기와 지팡이로 나를 보살펴 주시니, 내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시 23:4).
‘주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 단순해 보이는 구절이지만 그것이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고백이라면 우리는 당당하게 눈물 골짜기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견디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께서 친히 방패가 되어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저도 다음 주 초에 예약을 해놓았습니다. 목회실의 다른 식구들도 잔여 백신 접종 신청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의 경험담이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아직 꺼림칙한 마음에 용기를 내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와 가족들 그리고 동료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접종에 임하시면 좋겠습니다. 부활절 이후 비대면으로 진행되던 예배는 6월 셋째 주인 20일부터 대면예배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이 때 쯤이면 꽤 많은 이들이 백신 접종을 받으실 시간입니다. 물론 좌석수의 20%로 제한되지만 현장 예배를 목말라 하시는 분들이 많아 더는 미룰 수 없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은 텅 빈 예배당에 올라갑니다.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며 좌석에 잠시 앉아 교우들을 생각합니다. 오후가 되면 찬양대석에 햇살 한 줌이 내려앉아 잠시 숨을 고르다가 물러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 고요한 풍경이 참 좋습니다. 교회 건물이 지어진지 40년이 넘어 이곳저곳 손 볼 곳이 많아집니다. 지붕에서 녹을 벗겨내고 새로 칠을 했습니다. 곳곳에 갈라진 곳으로 물이 스며들고 있기에 방수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지붕의 물매가 급하진 않지만 그래도 위험한 과정인지라 인부들의 안전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직 공사가 다 마무리 되지 않았는데, 모든 일정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