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7. 13. 16:55

(강병규 화가의 돌그림)




숲으로 울타리를 두르고
산새 소리에 새벽잠을 깨우는

나무와 나무 사이로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는 집

나무와 나무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내려앉는 집

월든 숲속 소로의 오두막
법정 스님의 오두막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
초의 선사의 일지암

다산 초당
초가집과 막사발과 박꽃

그곳에서 
나뭇가지 줏어 모아

불을 때서 밥 해먹고
입던 옷 기워 입고

침묵으로 밭을 일궈
진리의 씨앗 한 알 품고서

없는 듯 있는 
바람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오두막에서 맞이하는 저녁

그 이상을 꿈꾸어 본 적 없이
어른이 되었는데

지금 내 둘레엔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