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열 감지기가 울렸다 한종호 2021. 7. 16. 08:14 열 감지기가 울렸다 가게 문 입구에서 37.4도 순간 나는 발열자가 된다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았던 것이 원인임을 스스로 감지한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집 안에서는 선풍기를 돌리고 창문을 조금 열어둔다 차 안에서는 뒤에 창문 두 개를 다 열고 보조석 창문을 반쯤 열고 운전석 창문은 이마까지만 내린다 비록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맺히더래도 여름인데 몸에서 땀이 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이런 나는 가족들 사이에선 꼰대가 되기도 하고 밖에선 발열자가 되어서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인도 델리의 재래 시장인 빠하르간즈 5월로 접어들던 무렵의 무더위를 몸이 기억한다 에어컨을 틀지 않고선 숨조차 쉴 수 없었던 무더움 그곳의 초여름 더위는 무더움을 넘어선 무서움이었다 무더위로 인해 길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던 생명들 나 한 사람이 에어컨을 틀 때마다 지구의 체온이 티끌 만큼 올라간다는 생각을 거둘 수가 없다 입구에서 잠시 땀을 식히신 후 들어오시라는 사람의 말소리가 한 줄기 바람처럼 들려온다 혼자 가게 입구에 서 있으면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하지만 속마음은 이렇게 반응을 한다 여름에 땀이 나고 체온이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왜들 호들갑인지 내 몸도 자연의 일부분이라며 여름엔 풀잎들도 땀이 맺혀 꽃망울을 틔우는데 땀이 맺힌 이마를 스치며 지나는 한 줄기 바람의 손길을 하늘을 울리며 곧 쏟아질 것 같은 비의 속 깊은 울음을 이렇게 살아 있는 지구를 온몸으로 느끼며 비와 함께 울다가 해와 함께 맑게 갠 하늘의 둥근 무지개를 바라보며 감사와 기도의 두 손을 모으리라 마당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듯 한낮에 내 얼굴도 빨갛게 익었다가 저녁이면 돌담 위에 박꽃처럼 하얗게 피어 밤하늘에서 달과 별을 찾다 보면 무더위도 함께 지낼만 하다며 이마를 스치는 바람의 손길이 가슴속까지 슬어준다 저작자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