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
무지개 다리
한종호
2021. 7. 22. 17:57
“삼라만상은 모두 상이하고 독특하고 희귀하고 낯설구나./무엇이나 변덕스럽고 점철되어 있나니(누가 그 이치를 알까?)/빠르거나 느리고, 달거나 시고, 밝거나 어둡구나./이는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그분이 낳으시는 것이니, 그분을 찬미할지어다.”(제라드 홉킨스, <홉킨스 시선>, 김영남 옮김, 지식을 만드는 지식, p.88, ‘알록달록한 아름다움’ 중에서)
주님의 은총과 평강이 우리 가운데 임하시기를 빕니다.
삼복더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습니다. 초 ·중복이 지났고 이제 대서 절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마른 장마도 끝이 났다지요? 요즘 하늘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새털구름이 드리운 하늘은 뭔가 목가적 세계의 문처럼 보입니다. 저녁 노을 또한 장관입니다. 지난 월요일 늦은 오후에 공원 근처를 걷고 있는데, 여성 몇 분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연신 하늘을 찍고 있었습니다. 제 시선도 저절로 위를 향했습니다. 하늘 저편에 선명한 쌍무지개가 걸려 있었습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위축된 마음을 위로하듯 무지개는 그곳에서 땅을 가만히 감싸고 있었습니다.
무지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노아 시대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은 속속들이 썩고 무법천지로 변한 세상을 보며 땅 위에 사람 지으신 것을 후회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땅을 멸하겠다고 다짐하십니다. 노아가 육백 살 되는 해의 둘째 달, 열이렛날, 땅 속 깊은 곳에서 큰 샘들이 모두 터지고, 하늘에서는 홍수 문들이 열려서 밤낮 비가 쏟아졌습니다. 사십 일 밤낮 내린 비로 코로 숨을 쉬며 사는 것들이 다 죽었습니다. 노아와 더불어 방주에 들어간 사람들과 짐승들만 살아남았습니다.
홍수가 끝나자 하나님은 노아와 함께 한 사람들, 그리고 숨쉬는 모든 생물 사이에 새로운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하나님은 다시는 홍수를 일으켜 살과 피가 있는 모든 것들을 없애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언약의 표로 구름 속에 무지개를 두셨습니다. 무지개야말로 살아있는 모든 것과 맺은 언약을 상기시키는 기표인 셈입니다. 제게도 예기치 않은 시간에 만났던 무지개의 기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