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해바라기 한종호 2021. 8. 12. 11:15 응달진 씽크대 주방 집기들이 아파트 베란다로 다 나왔다 물속에서도 물기를 머금을 줄 모르던 집기들이 모처럼 누워서 축 늘어져 해바라기를 한다 어떻게 햇살을 담뿍 머금었는지 눈이 부시도록 빛을 내뿜는 걸 아름답게 바라보면서도 해바라기 씨앗처럼 까만 점이 생길까 샛노란 꽃잎처럼 피부가 탈까 쓸데없는 걱정부터 앞서는 나는 아직 멀었다 살면서 해바라기 한 번 실컷 못하고서 그늘진 눈가에 실주름만 진다 해를 등에 지고 일하는 사람들의 해바라기처럼 8월의 햇살에 익어가며 씨앗에게 자릴 내어주는 꽃잎과 밭고랑을 닮은 굵은 주름살 앞에 늘 부끄러운 마음의 골마다 주름이 진다 저작자표시